ordinary days 2021. 3.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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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거품이 꺼지기 전 지나치게 화려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홈리스로 전락하고 삶을 등지기까지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거품이 있건 없건 돈을 불리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으며 서민들은 그저 집 장만하기도 힘들었고, 상황이 닥치자 타격을 제일 크게 받은 사람들도 중산층의 서민들이었다. 그들을 보며 쓸쓸하고 또 가여운 기분이 들었다.

아이작 뉴턴이 주식시장을 보며 말하길 천체는 측량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측량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 천재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돈에 대한 사람의 욕망, 그래, 광기 인 것 같다.

자꾸 불어나는 한편 잃게 되는 성질의 돈은 뭔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희열을 주다가도 사람을 미치게 하는. 그렇게 되면 돈은 단순히 욕망의 투사체인 것을 떠나 욕망의 대상 그 자체가 된다. 그렇게 도파민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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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요즘 BTS에 빠져 늘 그들의 노래를 부른다. 곁에서 보다보니 나도 몇가지 주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내가 느낀 BTS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성공신화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 처음 데뷔때 한국에선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 게 사실이었는데 현재는 입지전적인 가수가 되었다. 때론 홀대당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그들끼리 보듬어나가며 세계적인 그룹이 된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노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성실한 S의 맘을 움직인 것 같다. 춤과 노래가 좋은 건 물론이고.

사람들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가 담긴 것을 좋아한다. 통쾌한 반전이 있다면 더더욱.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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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그 때 왜 미움 받았는지 알 거 같아. '차갑다'고 느껴짐과 동시에 권위나 카리스마가 없어서 그랬어. 만일 내가 카리스마틱한 사람이었더라면 어떤 모습으로 있건간에 아무도 함부로 미워하지 못했겠지. 그런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솔직히 광대가 되고 싶지도 잘 웃어주고 굽실대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아. 나를 좋아해주는 이들도 있지만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미워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뭔가 부족해. 더 채워 넣어야 해. 유머러스함-, 좋아. 약간의 권위-, 그건 갖고 있다. 한 집단에 오래 머물면 저절로 생기는 게 그거니까.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 중요하지. 그리고...그리고...
미워하지 않는 마음. 나를 공격하더라도 웃어줄 수 있는 여유. 아니 그건 여유가 아니다. 미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다. 저 사람은 왜 저런담? 그런 호기심 정도. 모른다. 아이는 몰라. 누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그 이유를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아. 관계속에서 즐길 뿐이다. 그런 아이는 미움 당할 수 없어. 얼굴에 침을 뱉어도 고개를 갸웃하기만 하는, 전혀 타격받지 않는 상대에게 뭐하러 더 시간을 낭비하겠어.

RT와 JS는 말썽꾸러기에 제멋대로지만 누구나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때도 타지 않은 그 아이들을 보면 경외롭기까지 해.
단 하나 그들과 내가 다른 점은 나는 어른이고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다. 그건 큰 무기야.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needs를 알아차리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ㅡ보통 그런 사람들은 나를 깔아 뭉개고 싶어 한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결국 나랑 친해지고 싶거나, 내게 인정받고 싶은데 원하는대로 행동해주지 않으니 그런 것이다. 열등감이나 수치심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러기는 죽어도 싫은데) 상처입은 그들을 보듬어주거나, 둘째로는 그 마음을 대수롭지않게 넘겨주는 것이다. 왜 넘겨'준다'는 표현을 썼느냐 하면 그것은 그저 어린애의 투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받아주지 않으면 선물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밀어낼 필요조차 없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서도 충분해.

거기에다 유머가 중요한 까닭은 경직된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조금 더 친근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을 머금게 하는 사람을 미워하기란 정말 어렵다. 솔직히 나는 G처럼 한 단어로 종업원을 웃겨버리는 사람은 될 수 없지만... 이건 좀 더 공부를 해보아야겠다. (종종 생각한다. G의 마법같은 유머감각은 가족내에서 혹은 친구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린시절부터의 자기방어기재가 아닌가 하고)

마지막으로, GN에게서 배울 점은 사람을 믿는 마음이다. 저 사람은 나를 해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실제로 그는 나를 해칠 수 없다. 난 그걸 경험한 적이 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자세히 나지 않지만... 늘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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