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days 2021. 2. 15. 01:35

2021 2 14


애써 강해지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음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전에는 전혀 그걸 눈치채지 못하였다.

나는 그런게 싫었는데, 마치 남에게 알랑거려서 애정을 갈구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처럼 느껴져서가 첫번째고, 둘째로는 아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이해해 줄 사람 따위는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기대어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보다 연결되길 원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손발이 맞는 상대방이 있으면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자리를 주선해 준 사람이나 글을 보고 칭찬해 주었던 사람, 내 음악을 가끔 듣는다는 사람과 얼굴과 성격과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사람들까지 내가 손만 내밀었다면 잡아줄 사람들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나를 보고 너무 좋아서 운 사람까지 있었으니까.

그들의 손을 붙잡는 것은 얄팍하게 사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하였지만, 내가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놀랐고 동시에 서글퍼졌다. 어린 날의 나는 참 여리고 바보 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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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적잖이 얄미운 날이었다. 근데 마음을 들여다 보았더니 그토록 싫어하던 W가 내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게 아닌가!

이럴 때의 나는 참 비겁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전통을 지켜. 규율과 규칙을 지켜. 모두가 그래왔으니까. 그렇잖으면 은밀하게 상처를 입힐 거야. 그게 네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벌이니까. ㅡ라는 생각이다.

난 S를 납득시키기는 커녕 그 대담한 태도에 화가 치밀었었다. "난 싫어.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왜?" 아, W는 내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을 것이다.

왜 해야 하느냐고? 그럴 의무는 없지. 하지만 배려는 할 수 있잖아.
ㅡ싫은데. 내가 왜 그래야 해? 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면 이대로가 좋아?
ㅡ어쩔 수 없잖아.
S는 회의적이고 체념적인 태도가 있다. (분석이라 해도 어쩔 수가 없다)그럴 때 나도 방어기제가 발동하는지 그럼 말아. 라는 말로 일축하고 상관없는 일에 조용히 웃기도 한다. 그러면 S는 발끈 하는 것이다. 왜 자기를 비웃느냐고. 비웃을 의도는 없었지만 '난 상처받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허세는 있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100퍼센트 S의 편을 들어주었을텐데. 괜히 머릿속만 시끄럽게 된 게 아닌지 모르겠지만...

M이 대꾸를 하지 않아 속이 상하고 이해가 안 가? (안심시키려는 소리는 집어 치우고) 혹시 겁이 나니? 아니, 두려움은 아닐거야. 나와는 다르지. 불안하니? 화가 나니? 낙심했니? M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행동했으면 좋겠지? 그러니까,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은 너무 당혹스러우니까. 그게 납득이 되지 않는 거지? 그리고 자리를 피한 건, 그 자리가 긴장되고 불편했기 때문이었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는 관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을 표현하는 것 같다. 왜 문제를 바꾸려 들지 않는지는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나는 M과의 관계에 있어 아무리 실패의 경험을 해도 끈질기게 달라붙는데 비해 S는 쿨하게 집어던지고 더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나는 반항적이고 S는 순응적이다. 회피의 면모는 S나름대로 M을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의 결과였을 것이다. 이것이 기질의 차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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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적은 이제 그 의식 상태들을 하나하나 다시 찾아내는 것이다.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내던 새로운 통찰을 하게 되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도 강렬했던 순간들. 눈이 부셔서 아직도 잔상이 남아 있는듯한. 그래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깨달음의 순간을.

M에게 말했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어쩜 죽어버린 전설 속 주인공들 말고는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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